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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경계

 

책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 시대의 관념, 가치 및 이치 등을 넘겨 줄 수 있는 매개체이다. 이는 매 순간 변화하고 매 순간 죽어가는 생명체의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현재, 과거, 미래의 시간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나, 인간이 느끼기에 현재는 곧 사라질듯한 순간 중 하나일 뿐이다. 책은 그러한 순간을 포착하고 붙잡고 있으며, 글자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간을 넘어 존재하고 있다. 또한, 동시에 ‘언어’를 인지하지 못하면 개념의 전달이 불가능하며, 그 역할을 이루지 못할 시에 존재의 의미가 불분명해지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존재와 부재의 경계선에서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는 소재와, 결합되고 층층이 겹을 이루고 있는 ‘돌’이라는 시각적으로 지나간 시간성의 축적을 보여줄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하여 작업을 진행했다. 시각화되어 결합된 소재들의 마티에르는 관람자로 하여금 시각적인 촉각의 경험을 통해, 존재와 부재의 경계 속에 인도하게 하며, 관람자 그들만의 의식을 담게 유도한다.

존재와 부재의 경계 위에, 본인의 작업이 관람자들로 하여금 보이지 않되, 보이는 하나의 메시지와 경험이 되길 고대한다.